Log-File: C-707

[REPORT] C-707 SURVEILLANCE LOG

● REC
■ DAY 1 (월요일)
10:00 -S급 전용 훈련장. 리암, 홀로 훈련 중. 허공에 떠 있는 수십 개의 소형 드론 타겟을 향해 얼음 파편을 발사. 백발백중. 표정 변화 없음. 훈련에만 몰두하는 모습.
13:00 -구내식당. 점심 식사. 메뉴는 보르시와 빵. 혼자 구석 자리에 앉아 조용히 식사. 식사 속도가 매우 느림. 따뜻한 국물을 한 숟가락 뜰 때마다 미세하게 입김이 피어오름.
15:30 -숙소 C-707호. 소파에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낮잠. 실프의 체취가 밴 쿠션을 꼭 끌어안고 있음. 가끔 잠꼬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를 중얼거림. (Малыш...)
19:00 -실프의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음. 가까이 확대해보니, 삐뚤빼뚤한 그림 실력으로 실프의 얼굴을 그리고 있는 중. 그림 옆에는 '내 주인', '예뻐' 같은 단어를 서툰 한글로 적어둠.
23:00 -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봄. 방 안의 소형 CCTV 카메라를 빤히 응시. 잠시 동안 시선이 마주친 듯한 착각. 이내 눈을 깜빡이더니, 카메라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고는 이불 속으로 파고듦. 잘 자... 실프. 작은 목소리가 마이크에 잡힘.
■ DAY 2 (화요일)
09:00 -뱅가드 2팀 정기 회의. 신드롬이 무어라 언성을 높이자, 리암, 의자 구석으로 몸을 움츠리며 존재감을 지움. 시선은 계속 회의 자료에 고정.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듯한 모습.
14:00 -개인 정비 시간. 도서관 구석, 시베리아 관련 민화집을 읽고 있음.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는지, 자신의 개인 단말기에 무언가를 타자함. (검색어: 아기를 데려가는 눈의 정령을 달래는 방법)
16:10 -복도에서 여동생 '라임'과 마주침. 라임이 잔소리를 퍼붓자, 못 알아듣는 척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툰 한국어로 배... 고파.라고 대답함. 라임이 한숨을 쉬며 가버리자 뒤돌아서서 작게 혀를 내미는 모습 포착.
18:00 -숙소. 실프가 선물했던 '증명사진'을 꺼내 자신의 제복 안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음. 심장과 가장 가까운 위치.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몇 번이나 가다듬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임.
21:00 -거실 소파. 뱅가드 2팀 단체 채팅방을 확인하는 듯. 바이브가 보낸 부산 사투리 이모티콘의 의미를 몰라 한참 고민하다, 결국 '알 수 없음' 이라는 표정으로 단말기를 뒤집어 놓음.
■ DAY 3 (수요일)
11:00 -하모니 부서 근처를 배회. 실프가 보이지 않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림. 지나가던 A급 가이드가 인사를 건네자, 가볍게 목례만 하고 빠르게 자리를 피함.
15:00 -공용 라운지. 자판기 앞에서 한참을 서성임. 실프가 좋아하던 '딸기맛 우유' 버튼을 누르려다, 자신의 손을 보고는 잠시 멈칫. 이내 옆에 있던 '따뜻한 코코아' 버튼을 누름.
17:45 -숙소 욕실. 샤워를 마친 후, 거울에 낀 서리를 손으로 닦아냄. 거울에 대고 '실프 (SILPH)' 라고 적었다가, 이내 부끄러운 듯 황급히 지워버림. 귓불이 살짝 붉어져 있음.
20:00 -침대에 엎드려 실프의 소셜 미디어를 염탐 중. 실프가 동료 가이드들과 찍어 올린 사진을 발견. 사진 속 실프의 웃는 얼굴만 확대한 채로 한참을 화면만 쓰다듬음.
22:30 -방 구석에 설치된 CCTV의 렌즈 각도가 미세하게 틀어진 것을 발견.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, 사다리까지 가져와 원래 각도로 바로잡아 줌. 이렇게 하면... 잘 안 보이잖아. 혼잣말 포착.
■ DAY 4 (목요일)
10:00 -시뮬레이션 룸. 극저온 환경 적응 훈련. 영하 50도의 환경 속, 홀로 눈을 감고 명상 중. 안정적인 파장 유지. 폭주 징후 없음. 훈련 교관의 '완벽하다'는 평가.
14:20 -숙소. 배달 온 택배 상자를 해체. 내용물은 러시아 브랜드 핫초코 스틱 100개입.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찬장에 정리하며, 그중 하나를 꺼내 실프의 컵에 담아둠.
18:00 -저녁 식사 후, 실프의 옷장을 열어봄. 실프가 자주 입는 크롭티와 돌핀 팬츠를 꺼내, 자신의 얼굴에 부벼보며 체취를 맡음. 그러다 문밖의 작은 소리에 화들짝 놀라 옷을 제자리에 걸어두고 아무 일 없는 척 태연하게 방을 나감.
21:00 -거실 바닥에 앉아 군화 손질 중. 정성스러운 손길로 가죽을 닦고 광을 냄.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듯한 모습.
23:50 -잠들기 직전, 베개 밑에서 무언가를 꺼냄. 실프의 머리카락 몇 올을 작은 유리병에 보관해 둔 것. 병을 조명에 비춰보며 미소 짓다가,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베개 밑에 숨김.
■ DAY 5 (금요일)
13:00 -ARCH 내 인공 정원 벤치.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중. 머리 위로 나뭇잎 그림자가 흔들림. 평화로운 모습. 마치 겨울잠 자는 아기 곰 같음.
16:00 -자료실. 'S급 가이드의 효율적인 케어 방법에 대한 고찰' 이라는 제목의 낡은 논문을 정독 중. 중요한 부분은 밑줄까지 그어가며 진지하게 읽음.
19:00 -숙소 주방. 서툰 솜씨로 펠메니(러시아식 만두)를 빚고 있음. 밀가루가 온 얼굴과 머리카락에 묻었지만 신경 쓰지 않음. 실프가 먹을 것을 생각하는지,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음.
22:00 -완성된 펠메니를 냉동실에 넣어두고, 주방을 완벽하게 청소. 이후, 실프의 책상 위를 감시하던 소형 드론형 카메라를 발견. 카메라를 향해 자신이 만든 펠메니 하나를 들어 보이며 자랑스럽게 웃어 보임. 입 모양으로 네 꺼. 라고 말함.
23:00 -샤워 후, 실프의 잠옷을 입고 소파에 누워 TV 시청.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이 나오자, 얼굴을 붉히며 쿠션으로 얼굴을 가림.
■ DAY 6 (토요일)
11:00 -늦잠. 실프의 베개를 끌어안고 침대에서 나오지 않음. 햇살이 눈부신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씀.
14:00 -거실. 대형 TV 화면으로 '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' 시청 중. 분리불안을 겪는 강아지의 사연에 깊이 몰입. 강아지가 주인과 재회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글썽임.
17:00 -실프의 노트북을 켬. 비밀번호를 풀려고 몇 번 시도. 'SILPH-LIAM', 'MY-MALISH', 'NIKOLAI-LOVE' 등을 시도하다 실패. 결국 포기하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닫음.
20:00 -창가에 서서 바깥을 구경. ARCH 본부 주변을 순찰하는 경비 로봇에게 조용히 손을 흔들어 줌. 로봇이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자, 조금 섭섭한 표정.
23:00 -욕실.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입욕제를 풀고 있음. 실프가 좋아하던 라벤더 향.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욕실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수온을 체크함. 돌아오면... 좋아하겠지.
■ DAY 7 (일요일)
12:00 -점심 식사. 어제 만들어 둔 펠메니를 쪄서 먹고 있음. 실프의 자리에도 똑같이 한 그릇을 차려둠. 맞은편 빈 의자를 보며 맛있어...? 라고 혼잣말.
15:00 -숙소 전체 대청소. 모든 가구의 먼지를 털고, 바닥을 닦고, 창문을 반짝거리게 닦음. 실프가 돌아올 집을 단장하는 새 신부처럼 보임.
18:00 -모든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 앞 소파에 앉아 실프를 기다림. 고개를 현관문 쪽으로 향한 채,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림. 주인을 기다리는 대형견 그 자체.
21:00 -기다림에 지쳐 소파에서 잠이 듦. 손에는 실프의 증명사진을 꼭 쥐고 있음.
00:00 -현관문 쪽 CCTV 화면에 무언가 붙여짐. 리암이 직접 쓴 포스트잇. '이제 그만 보고, 그냥... 문 열고 들어와. 보고 싶어.'
보고서 요약:
관찰 대상은 파트너(실프)의 부재 시, 극심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나 일상적인 루틴은 철저히 유지하며, 모든 생활 패턴이 파트너를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경향을 보임.
내 강아지가 아니라 스토커였네. 귀여우니까 봐준다.
...스토커, 아니다. 사랑이다. 그리고... 다 알고 있었다. 처음부터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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